송고은은 서울을 기반으로 전시를 만들고 글을 쓴다. 현재는 기획자 공동운영 플랫폼 WESS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최근 기획 전시로는 《스테레오 비전》,(서소문역사성지박물관, 서울, 2020), 《사이키델릭 네이처》,(아트스페이스보안, 서울, 2019),
《내일 없는 내일》,(아트스페이스보안, 서울, 2018) 등이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게임일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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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의 대화를 잠시 굳혀 볼 수 있다면 그건 어떤 모양일까? 비평문, 문답식의 인터뷰, 오고가는 서신들은 대화 사이에 일어난 무형의 가치를 조금은 더 붙잡아 둘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던져진 시간의 촉박함, 섣부른 해석이 불러오는 일방적인 수고로움(?)을 이유로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서로가 깨닫지 못한 새로운 조우의 가능성에 기대를 가지고 또 다른 대화의 방식 구성하고 남겨보기로 했다.

이것은 어쩌면 각자의 독백과 억측이 얽혀있는 복잡한 미로 그 자체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글의 대부분은 황문정, 송고은의 두 번의 만남에서 이루어진 대화의 내용 그리고 이후 남긴 송고은의 메모를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황문정은 노란 포스트잇으로 덧 글을 남긴다. 각각의 말풍선은 서로 다른 시간을 함축하며 파편적으로 흩어져있으나 여러 궤적을 통해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되어있기도 하다. 이 형태는 최근 황문정작가의 작업에 차용되는 다양한 시스템과 협업의 구조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이 구조와 내용은 두 필자(황문정과 송고은)에 의해서 실시간으로 계속 변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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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대화를 만들고 구성하는데
혹시 어떤 규칙이 필요할까?
각자가 쓴 글에 우리는 얼마만큼 이 화면
위에서 개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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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FF

2020년
10월 22일 오후 2시 ~ 오후 4시 30분
황문정 작가의 난지미술창작 스튜디오

최근 황문정 작가는 전형적인 예술의 생산과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 또 다른 시스템을 빙자하는 상황과 그 생산물에 주목하는 듯 보인다. 이런 작가의 관심은 레디메이드(ready-made)와 예술 작품의 경계에 위치한 작업적 결과물의 성격과 연결된다. 이러한 관점은 '무엇이 예술인가?' 라는 오랜 질문에서 출발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작가가 예술가로 살아가며 경험하는 일상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작가는 주변의 상황에 대해 자신에게 익숙한 '예술하기'와 맞물려 표현하고 있다.

이는 작가가 게임이란 형식을 빌려 작품을 만들게 된 출발점과 이어져있다. 이런 경계어서 일어난 일련의 활동1들은 매우 흥미로워 보였지만 작가와의 대화 이후 나는 이것이 다시 전시장에서, 현대미술의 언어로 어떻게 '잘' 표현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해 어디까지 감상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의도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다. 이러한 질문들은 최근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이노리즈:ENOREZ〉라는 보드게임의 제작과 이와 연계해 작업한 〈8개의 유토피아를 위한 기념비(가제)〉를 중심으로 이전의 작품들을 오가며 작가가 선택한 게임2형식의 차용이 다시 전시장 안에 들어오게 되면서 발생하게 되는 몇 가지의 상황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 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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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요즘 유행하는 부캐처럼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off하고 영일상회 사장님으로 on하게 된다.(황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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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실제 가동되는 상황
그리고 그 데이터(기록)
게임을 참여한 이들의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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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혹은 그 형식을 차용한 작품)은 실제 어떤 과정을 통해 감상자에게 작동 될 수 있을까?
만약,작가가 만든 게임이 사실은 승패를 가를 수 없는 어긋난 법칙을 지니고 있다면?
이것은 게임의 참여자/감상자를 유린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자체로'무용함'이란 예술의 가치에 더 가까워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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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게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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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게임(형태의 작품)을 어떻게 감상할 수 있을까?

[2-3-1]
관객이 게임 내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 내용, 용어, 시스템을 모두 숙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정도의 복잡성을 띤 보드게임의 경우 참여자에게 룰을 인지시키는데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함) (황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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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다소 불안감을 느낄 때가 많다. 익숙하지 않은 조작법과 어려워 보이는 비주얼때문에 지레 겁을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관객들에게 종종 직접 플레이 하실 필요는 없다고 말할 때가 많다. 게임의 시스템과 네러티브에 대한 설명이 부연되면 관객들은 대게 눈 앞에 펼쳐진 이미지와 매칭하여 게임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게임을 플레이 하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시각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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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4일 오후 3시 - 오후 4시
서울역 근처 스타벅스

작가와 다시 만났을 때 나는 최초의 질문 중 하나였던, 이런 다양한 작가의 활동이 어떻게 다시 전시장에서 '잘' 표현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약간의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질문에 내포된 욕구는 실제 작품 자체보다는 전시와 그 주변부가 필요로하는 스펙타클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차용한 게임의 형식은 그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지니고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화이트 큐브 안 각 요소들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내는 것과, 실재 그 작품이 일으키고자한 사유의 가능성 여부가 혼재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지점에서 다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게임이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감상할 수 있는가?’는 현재 작가의 작업 세계에서 더욱 유효한 질문이 될 수 있다.그것은 게임이 구동될 수 있도록 완료된 특정한 상황, 그것을 수행하는 감상자, 그리고 이러한 적극적인 감상자를 관찰하는 또 다른 감상자 사이의 관계에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 지점들이 어떻게 작품 안에서 수용되고 재편집되는가는 문제는 실제 작가가 만들어낸 게임 내부의 세계관이 어떻게 현실로 확장할 될 수 있는가라는 가능성과 서로 상응된다.

이런 관점에서 작가의 최근작인 〈8개의 유토피아에 대한 기념비(가제)〉가 선점한 위치와 태도는 주목해 볼 만하다. 이 작품은 협업을 통해 개발한 보드 게임 〈이노리즈:ENOREZ〉의 플레이어가 게임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승자에게 주어지는 하나의 축하 세레머니의 일환으로 작동한다. 우승한 플레이어가 게임 안에서 대표했던 회사 깃발3은 이를 통해 높이 개양된다. 이 상황에 대해 작가는 “공기압으로 솟아오른 깃발은 곧이어 바람이 빠지며 다시 아래로, 현실로 내려온다. 존재하지 않는 8개의 유토피아는 삶의 모든 방면이 전환되어 혼란스러운 현재 시점에서 미래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 줄 수도 있고, 혹은 잠시 즐기는 백일몽일 수도 있다. “ 라고 설명한다.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노력한 승자에게 주는 축사라기에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보드게임의 제작을 위해, 협업 작가는 현재 협업4을 통해 만들어진 하나의 상품 안에서도 작가는 자신의 '예술하기’를 이어가고 있는 듯 하다. 최소한의 조건 안에서 이룬 그의 ‘기념비’가 온전히 그의 세계 안에서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다시 어떻게 구현될까? 그가 구축해온 세계들 사이에 또 다른 게임을 기대해 본다.

보드 게임 〈이노리즈: ENOREZ〉의 실제적인 게임플레이와는 별개로 작가는 〈8개의 유토피아에 대한 기념비(가제)〉를 제작했다. 보드 게임과 연계해 작가가 제작한 기념비는 오히려 개인의 작품에 더 가까워 보인다.

관객이 게임 내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 내용, 용어, 시스템을 모두 숙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정도의 복잡성을 띤 보드게임의 경우 참여자에게 룰을 인지시키는데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함)

관객들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다소 불안감을 느낄 때가 많다. 익숙하지 않은 조작법과 어려워 보이는 비주얼때문에 지레 겁을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관객들에게 종종 직접 플레이 하실 필요는 없다고 말할 때가 많다. 게임의 시스템과 네러티브에 대한 설명이 부연되면 관객들은 대게 눈 앞에 펼쳐진 이미지와 매칭하여 게임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게임을 플레이 하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시각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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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전반적인 시스템, 디자인은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8가지 유토피아' 부분은 양보할 수 없는, 나의 작업 영역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황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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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협업은 있을 수 없지만 꽤 괜찮은 협업은 가능한 것 같다. (황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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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감상'만으로도 완성 될 수 있을까?
〈그레이트 아티스트 메이커〉5 작품을 살펴보면 실제 훌륭한 작가가 되는
게임의 진행 자체 보다는 이런 현실의 조건들이 마치 게임처럼 여겨지는
상황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감상자는 실제 그 게임을 작동시켜
수행하지 않더라도 작품의 설치와 그 맥락적 구조에 대한 이해로 이
게임형식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게임을 수행하는 것은 이 작품의
감상에서 다소 부수적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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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게임' 그 자체
작가가 만든 게임은 종종 '설치'6작품으로 분류된다. 이전에 아티스트 레지던시에서 얻은 경험과 '프린세스 메이커'7 게임에 빗대어 〈그레이트 아티스트 메이커〉(Summer Love,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2019)를 제작했다.

이후 게임이란 형식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비인간들의 도시_보드게임〉(2019)을 만들었다. 이 게임은 "게임 패를 넣으면 기계의 안쪽에서 섞여서 위로 올라오는 자동 마작테이블을 개조하여 만들었다. 기계의 내부는 도시의 지하, 외부는 도시의 지상으로 설정하고, 사용되는 게임 패는 도시식물, 도시동물, 도시곤충, 유기 데이터, 쓰레기 이렇게 다섯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었다. 보드게임은 기계의 수직이동 구조를 활용하여 도시의 비인간들을 지칭하는 게임패들이 도시의 지하와 지상을 넘나들며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시스템"8을 바탕으로 한다.

이 '설치' 작품이 지닌 줄거리와 이 게임이 구현되는 구조, 예를 들어 지하세계의 비인간들이
실제 구조의 하부 층에서 등장하는 연출 등은 그 자체로 작품의 감상을 일으킨다.

[6]
이 게임의 출구는?



  1. 인천시각예술작가 제작, ‘영일상회_인천점’ 오픈, 인천시 인터넷 신문 2020.06.01. (월) https://enews.incheon.go.kr/usr/com/prm/BBSDetail.do?bbsId=BBSMSTR_000000000362&nttId=7337&menuNo=1002&upperMenuId=1이외 작가는 AIR SHOP을 만들기도했다. 〈식물마스크 시리즈〉(2017) 도록 중 

  2. 게임의 형태와 그 안의 작은 세계를 스스로 구성해보는 것은 최근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여기서 작가가 지칭하는 게임은 최근 개발되는 거대한 스케일의 시뮬레이션이라기 보다는 8~90년대 생이라면 어릴적 경험해봤을 비교적 간단한 작동법의 비디오 게임에 가까운 형태이다. 

  3. 보드 게임 〈이노리즈: ENOREZ〉의 실제적인 게임플레이와는 별개로 작가는 〈8개의 유토피아에 대한 기념비(가제)〉를 제작했다. 보드 게임과 연계해 작가가 제작한 기념비는 오히려 개인의 작품에 더 가까워 보인다. 

  4.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형 실험도시 건설 보드게임 '이노리즈: ENOREZ' 를 함께 개발했다. https://tumblbug.com/boardnight_enorez?ref=%EB%A9%94%EC%9D%B8%2F%EB%B0%B0%EB%84%88 

  5. 황문정 〈그레이트 아티스트 메이커〉 컴퓨터게임(데모버전)2019 

  6.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홈페이지 황문정 작가 소개
    https://semananji.seoul.go.kr/front/kor/nanjiIn/nanjiIn_view02.do?mmgbn=C&mmidx=959&tr_c
    ode=m_sweb 

  7. 《프린세스메이커》(PrincessMaker)는 일본의 컴퓨터 게임 및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 가이낙스에서
    제작, 발표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다. 

  8.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홈페이지 황문정 작가 소개